무술계의 전설, 이소룡.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그의 삶은 예상보다 훨씬 더 고독하고 미스터리로 가득했다. 미국 태생, 경극 가문, 홍콩 복귀, 절권도의 창시까지, 그리고 충격적인 죽음의 진실까지. 그의 삶을 다시 들여다본다.
미국에서 태어난 이소룡, 철없는 소년에서 무술 천재로
이소룡은 194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미국 국적자다. 중국 경극배우였던 아버지의 미국 순회공연 중 태어난 그는 샌프란시스코를 뜻하는 삼번시에서 이름을 따 삼 번(三藩)이라 불렸다. 그가 태어난 해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고, 일본군의 지배를 받던 홍콩의 상황은 암울했다. 그럼에도 이소룡의 가족은 홍콩으로 돌아가 그의 유년기를 보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연극을 따라 무대에 서며, 아역 배우로 활동한 이소룡은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 23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연예계에 입문했다. 그러나 청소년기에 접어들며 반항적이 되었고, 길거리 싸움을 일삼는 문제아로 변했다. 그런 그를 올바른 길로 이끌고자 체육 선생님이 권투 시합을 제안했고, 오히려 선생을 꺾으며 그 재능을 인정받았다. 이후 본격적으로 권투를 배우며 지역 챔피언에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거리의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던 중 충격적인 패배를 경험하며, 무술 수련에 뜻을 두게 된다.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소룡은 영춘권 대가 엽문에게 가르침을 받게 되고, 누구보다 빠르게 실력을 익히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의 집념은 대단했는데, 도장을 독차지하기 위해 다른 수련생들을 돌려보내고 스승을 기다릴 정도였다. 하지만 스승 엽문은 실력보다 정신이 중요하다며, 조급한 이소룡에게 수련을 중단하라고 말한다. 이소룡은 깨닫지 못하고 계속 길거리 싸움을 벌였고, 결국 깡패의 아들을 패며 목숨의 위협까지 받게 된다. 이에 부모는 그를 미국으로 유학 보내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19세의 이소룡은 고모가 사는 시애틀로 향했다.
철학과 무술의 결합, 절권도의 탄생과 헐리우드 도전기
미국에 도착한 이소룡은 처음으로 철이 들기 시작했다. 물리적 싸움보다 정신 수양의 중요성을 깨닫고 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는 워싱턴 대학교에 진학해 철학을 전공하며 무술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했고, 결국 자신만의 무술 절권도를 창시한다. 절권도는 기존의 영춘권을 기반으로 실전성과 효율성을 강조한 현대식 격투술이었다. 당시 미국의 무술 도장은 백인 중심이었고, 동양인 무술가는 쉽게 인정받기 어려웠다. 이소룡은 허름한 지하 도장에서 도장을 열었고, 처음엔 관심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로 길거리에서 행인을 구하며 그의 무술 실력이 알려졌고, 입소문을 타며 도장은 북적이기 시작한다. 그의 제자 중에는 배우와 영화 관계자도 있었고, 이소룡은 자연스레 할리우드 진출 기회를 얻게 된다. TV 시리즈 그린 호넷의 조연으로 캐스팅된 그는 강렬한 액션으로 주연보다 더 주목받았다. 하지만 시청률 부진과 동양인에 대한 편견 속에 비중이 축소되었고, 차기작도 무산되며 고전했다. 좌절한 그는 자신이 각본을 써 제작사에 제안했지만, 아이디어를 도용당하기도 했다. 할리우드에서의 차별과 한계를 절감한 이소룡은 결국 홍콩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14년 만의 귀향이었다. 당시 홍콩은 무협 영화의 황금기였고, 그는 당산대형으로 본격적인 주연 데뷔를 한다. 영화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홍콩 박스오피스를 휩쓸었고, 그의 이름은 단숨에 아시아 최고의 액션 배우로 떠오른다. 이후 그는 정무문, 맹룡과강 등으로 연속 흥행에 성공하며 세계적인 스타로 자리 잡는다. 특히 정무문에서의 쌍절곤 액션과 기합 소리는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고, 수많은 이들이 그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영화계는 물론 전 세계 무술계에 큰 영향을 준 이소룡은 이제 새로운 목표로 다시 할리우드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용쟁호투를 남기고 떠난 전설, 미스터리한 죽음의 진실
1973년, 워너브라더스와 함께한 첫 헐리우드 영화 용쟁호투의 개봉을 앞두고 이소룡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는다. 그는 동료 여배우 팅페이의 집에서 머리가 아프다며 진통제를 복용한 후 쓰러졌고,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겨우 32세였다. 사인은 뇌부종으로 밝혀졌지만,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몇 달 전에도 비슷한 증세로 쓰러졌던 그는 알 수 없는 두통을 호소해 왔고, 뇌압을 낮추는 약물 투여로 겨우 의식을 회복했던 적이 있었다. 게다가 당시 땀샘 제거 수술로 인해 체온 조절이 어려워졌다는 주장도 있었고, 사망 당일은 홍콩에서 가장 더운 날이었다. 또한 그는 사망 몇 달 전 거액의 생명보험에 가입했으며, 주변에 죽음을 예감하는 듯한 발언도 자주 했다. 여러 의혹과 정황들은 이소룡 암살설, 열사병설, 약물 부작용설 등 다양한 음모론을 낳았지만, 그 진실은 아직까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의 죽음 이후 사망유작이 된 사망유희는 이소룡이 생전에 촬영한 일부 장면과 다른 영화의 장면, 대역 배우들까지 동원해 완성됐다. 영화 속 트레이드마크인 노란색 체육복은 이후에도 수많은 영화와 패러디에서 사용될 만큼 상징적 이미지가 되었다. 이소룡은 짧은 생애 동안 수많은 전설을 남겼지만, 그의 마지막은 너무도 허망했다. 아내 린다는 사람들은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궁금해하지만, 나는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기억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소룡은 단지 액션 배우가 아닌, 사상과 철학, 그리고 실전 무술을 융합한 천재적인 창조자였다.